꽃의 '이름'을 알고자 했던 게,
이 블로그의 초심이 아니었을까 싶어
이 책을 첫 추천작으로 정해보았다.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도 초심이 떠올랐다.
표지 디자인을 보니, 대학생 때 처음 도전했던
기능사 자격증의 실기 과제가 딱 저러했다.
크게 보이는 '꽃', 물음표 속의 '꽃' 사진!
다소 투박해 보이는 표지는 오히려 제목과 함께
내용을 분명하고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함축을 넘어 투명할 정도다.
여러모로 꽃을 시작하기에 좋은 이 책은,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의 류병열 박사님이
2016년도에 출간한 책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AI기반으로 꽃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해도 2016년이다.
같은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책이다)
꽃의 생장 분야에서 조예가 깊으신 박사님은,
주변에서 있는 꽃과 식물들의 이름을 알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책은 매우 명료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꽃과 식물들을
화단에 피고 지는 일년초와 화분식물(분화),
꽃다발로 주로 쓰는 절화, 잎을 주로 감상하는
관엽식물 외 구근식물, 야생화, 난초, 허브,
꽃나무. 총 9개로 구분하여 사진과 함께
이름, 그리고 학명을 확인할 수 있다.
꽃의 분류에 관심이 있던 터라
박사님의 구분법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일반인에게도 와닿는 분류법으로
어렵지 않게 훑어볼 수 있었다.
1. 일년초 - 75종 수록
발아해서 1년 이내에 꽃과 열매를 맺은 후
사라지며 '한해살이풀'이라고도 한다.
여러 해를 버티는 2년초, 다년초와는 구분된다.
일년초는 크게 두 개의 파로 갈린다.
봄에 심어져 여름~가을에 꽃을 피우는 채송화,
맨드라미, 해바라기 등이 속한 '춘'파와
가을에 심어져 이듬해 봄~여름에 꽃을 피우는
데이지, 팬지 등이 속한 '추'파로 나뉜다.
2. 분화 - 53종 수록
화분에 따로 놓아, 잎과 꽃 또는 열매를
관상용으로 가꾸는 아이들이다.
다년초인 구근식물, 다육식물, 꽃나무 등이
작게 상품화되어 속해 있다.
3. 절화 - 51종 수록
재배되어 줄기가 잘린 형태를 말하며
꽃시장에서 주로 판매, 유통되는 꽃을 말한다.
장미, 수국, 작약 등이 속한다.
(화병에 보관할 시, 생화의 잎이 물에 담기지
않게 잘라내야 곰팡이가 피는 걸 막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썩은 적이 있어서 이건 작은 팁')
4. 관엽식물 - 115종 수록
한자 그대로, 잎사귀를 관찰하는 식물로서
열대, 아열대 출신의 온실식물들을 주로 칭한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 실내에서 기르기 좋고
공기정화, 습도 조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금전수, 관음죽, 몬스테라 등이 속한다.
5. 구근식물 - 38종 수록
줄기, 뿌리, 배축(줄기와 뿌리의 경계)등이
비대해져 영양분을 저장하는 알뿌리 모양으로
통통하게 변형된 식물을 본 적이 있으실 거다.
구근식물은 크게 두 개의 파로 갈린다.
봄에 심어 여름에 바로 꽃을 보는 다알리아,
칸나, 칼라 등 열대 출신들이 속한 '춘식'파와
가을에 심어 이듬해 봄에 꽃을 보는 튤립, 백합,
수선화 등이 속해있는 '추식'파로 나뉜다.
저장 기관의 형태에 따라 인경(비늘줄기),
구경(알줄기), 근경(뿌리줄기), 괴경(덩이줄기),
괴근(덩이뿌리)으로 나뉘는데 시작하는 단계에
이것까진 몰라도 된다. (^^)
6. 야생화 - 101종 수록
사람의 손으로 가꾸지 않은 지구 상의 모든 꽃을
통칭하지만, 디자인된 인공 자연이 흔한 지금,
구분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는 듯 하다.
으아리, 패랭이꽃, 상사화, 수련등이 속한다.
7. 난초 - 26종 수록
난은 세계적으로 35,0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난은 줄기의 형태에 따라 단경성, 복경성으로.
생활습성에 따라 자생란과 착생란으로 나뉜다.
출신지에 따라서 한란, 춘란 등이 속한 동양란,
아열대 출신인 심비디움, 온시디움 등이 속한
서양란으로도 나뉜다.
스튜디오 배경의 난 사진들을 보니,
박사님의 난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난도 많았다.
8. 허브 - 76종 수록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아이들이다.
꽃과 잎, 줄기, 뿌리, 씨앗 등이 식용 혹은
약용으로 쓰이거나 향기나 향미가 이용된다.
향신료, 건강식품, 화장세정, 피부진정 효과 외
요즘에는 정신건강을 위해 오일로도 가공되는
허브식물 전체를 칭한다.
페퍼민트, 타임, 고수, 바질, 박하, 캐모마일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애들이 속해있다.
9. 꽃나무 - 102종 수록
가로수, 정원수로도 이용되는 꽃나무엔
봄에 꽃이 피는 목련, 벚, 진달래, 생강나무.
여름에 꽃이 피는 등나무, 능소화, 배롱나무
등이 속해있다.
수록된 사진들이 직접 촬영하셔서
시점이 굉장히 와닿고, 정겹다.
분류가 끝날 때마다 한 장씩,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첨부되어 있다.
이름을 적어가며 익히기에도 좋을 것 같다.
" 설레고 걸음도 가볍게
오늘 오늘은 또 누굴 또 누굴 만나게 될까.
나를 봤어 또 너를 봤어
보이지 않는 우리가 함께 부를
노래의 시작은 왈츠가 어떨까. "
- 스웨터의 '시작은 왈츠로'중 -
초심을 운운했던 대학생 때,
자주 듣던 노래의 가사다.
마무리를 못 짓는 버릇이 있다 보니
시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즐겨 들었었다.
한 페이지에 4장씩 총 637종의 꽃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부담감 없이
어떠한 꽃들과 식물이 우리 주변에 있는지,
내가 보았던 꽃들은 이름을 다시금 확인하고,
내가 스쳤던 꽃들은 이름을 가볍게 알아가는.
'시작을 위한 왈츠'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서도
'다시 시작하자는 희망'의 의도로
왈츠가 중간중간 삽입된 바 있다)
이에, 이 책을 꽃을 알아가는 데에
시작의 책으로 추천드리는 바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book으로 직접 구매하여 읽어본 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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