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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늦여름의 천리포수목원. 2편

by 꽃담남 2021.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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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여름, 천리포 수목원 방문기 1.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1.

내가 천리포 수목원에 대해 알게 된 건 5년 전에 지인분을 통해서였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다양한 식물종을 꼭 한번 보고 오라며 추천해주셨었다. 당시의 나는, 방에 나만의 식물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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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복장을 추천드려요.


2편은 민병갈 기념관 뒤편의
소박한 포토존에서 시작합니다.

이끼 선반에 올려진 조화는 다소 조악하더라도
수양 버들이 배경을 가득 채워 주는 곳이에요.

전시온실로 가는 방향엔 '속새' 길이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많이 벗겨진 속새.


대나무같이 생겼지만, '속새'는 양치식물입니다.
속새의 뜻은, 한자로 '묶음 다발의 풀'이에요.
풀임에도 불구하고 꽃말이 있는데, '비범'입니다.
양치식물 하면, 보통 고사리를 떠올리는데
‘속새’의 형태는 특이하고 비범하긴 해 보여요.

어디서 담장 역할이나 하게 생겼지만 저래뵈도
4억 년 전, 지구에 처음 숲이 생기는 시기에
전 습지를 뒤덮었던 초기 식물 중 하나입니다.


Q1. 얼핏 보면 비슷해도 다르다.


슬쩍 보고 지나갔던 꽃인데, 아까는 분명
땅에 있던 애가 나무에도 달려있길래
자세히 담아봤더니 그제야 차이점이 보여요.

A1. 왼쪽은 부추에 나는 부추꽃이고,
      오른쪽은 덩굴식물인 으아리 꽃입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른 꽃을 찾거나, 
달라 보이는데 알고 보면 같은 꽃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호랑가시나무와 마녀손톱나무(?)


민병갈 박사님이 특히 시간을 많이
쏟은 나무가
두 종류 있습니다.
호랑가시나무와 목련나무가 그것.
두 나무 관련해서 워낙 보유하고 있는
종이 많다 보니 이곳,
천리포 수목원에서
호랑가시나무와 목련나무의 학회도 열립니다.


호랑가시나무의 독특한 잎사귀를 보다 보니
무언가 허전한데.. 열매가 보이지 않아요!
우리에겐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사랑의 열매'로 익숙한 빨간 열매는
10월부터 4월까지만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나무는 미안하게도 이름을 모르겠어요..
마치 몇백 년산 마녀의 손톱 같아 보입니다. 


돌같은 나무 수피.


'마취목'이 저 뒤의 웅장한 껍질을 자랑하는
나무의 이름인 줄 알고 담아왔더니,
나무 앞 쪽의 다른 식물의 이름이었습니다.
시기가 지나 꽃이 없을 뿐인데, 오해가 많아요.

저런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껍질을 보면,
손을 가만히 가져다 대보게 됩니다.
까칠하고 딱딱하고 차가운 촉감이 좋아요.
따스하고 부드러운 촉감인 다른 것들에 비해,
분명 좋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나무의 수피라는 이유만으로 좋아요.


아이비 옷을 입은 물푸레나무.


잎이나 가지를 잘라 넣으면,
물이 파래져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이 푸레! 이름이 귀여워요.

(유튜브 동영상도 찾아봤지만, 정말 물이
파래지는지 진위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어요.
이름은 이름일 뿐인 걸로)



공중에 떠있는 섬 같다.
조용히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금빛의 금사철 나무.
이름모를 부착근이 숲의 깊이를 더해준다.


깊이 들어갈수록 관광객이 저뿐이었어요.

덕분에 시공간을 잊고 집중하여
'숲 멍'을 때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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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진 남자의 미소.


이 만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살짝 높은 공간에 오르면 민병걸 박사님이
먼 곳을 보며 미소를 짓고 앉아 계십니다.
기념관에서 박사님 영상을 보고 나서인지
왠지 모를 친밀함이 느껴져서 어깨에 손을
올리는 무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황동색의 박사님은 신기하게도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건너편엔 큰 곰처럼 생긴 밝은 향나무가
식물이 있었고, 그 앞의 널찍한 공간에는
노란 상사화가 가득 피어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자벌레 같이 생긴 나무.


민병걸 박사님 동상의 우측으로 가면,
서서히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전시온실에 거의 도착했다는 징조.

비가 온 후라서 그런지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갈 때, 점점 짙어지는
숲 내음과 습함이 좋았어요.



클레마티스 농원.


내리막길을 다 내려와서 좌측을 보면, 
덩굴식물용 나무 구조물들만이 쓸쓸히 서서,
이곳이 무려 몇 달 전엔
클레마티스 꽃들의 
향연장임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5~7월 즈음에 오게 되면 형형색색의
클레마티스 꽃을 볼 수 있어요.

혹은, 아래 천리포 수목원 사이트에서
계절별 이미지를 열람해 볼 수도 있습니다.
http://chollipo.org/board/bbs/board.php?bo_table=clp_nanum&menuKey=54

 

계절별 사진 1 페이지 | 천리포수목원

chollipo.org

 

호야와 아이들.


전시온실 앞에는 억새류 외에도 여러 크기의
식물을 배합하여 정원처럼 이쁘게 꾸며놨어요.
1cm 단위로 다양한 종들을 심어 놓았다 보니,
걸음이 자꾸 멈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키크고 잘생긴 나무들.
그리고 다양한 질감.


이쯤 되면, 나무 잎사귀만 봐도 이름을
알 수 있게끔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욕심이겠지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 또한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Q2. 크기만 다르고 같은 꽃 아닌지.


위 사진은 서로 근처에 있고 모양과 색상은
비슷하나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노란색 꽃입니다.
둘 다 바위틈에서 자라나길래 같은 꽃 같았지만.

A2. 왼쪽은 장미과인 양지꽃이고,
      오른쪽은 키 작은 마타리꽃입니다.

마타리꽃은 한강공원 등에 엄청 키가 큰 것만
봤지, 저렇게 낮게 자란 것은 처음 봤어요.
'키'는 역시 꽃 구분의 절대 특성이 아니란 것..
꽃의 이름만 파악하는 데에도 염두할 게 많죠.
나무보다도 우선, 꽃에만 집중하는 게..



지도의 끝점. 전시온실.


왼쪽을 돌아보니, 목적지인
'멸종위기 식물 전시온실'이 보입니다.
마치 거대 인큐베이터 같아요.

전시온실은 3편에서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 다음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3.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3.

비가 온 뒤라서 벌레가 많았다. 동시간대, 거의 유일했던 관람객이다 보니 수목원의 모기들이 모두 달려드는 느낌. 반바지를 입은 게 후회되었다. 열심히 뜯기는 와중에 3편은 전시온실에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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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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