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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늦여름의 천리포수목원. 4편

by 꽃담남 2021. 10. 14.


- 이전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3.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3.

비가 온 뒤라서 벌레가 많았다. 동시간대, 거의 유일했던 관람객이다 보니 수목원의 모기들이 모두 달려드는 느낌. 반바지를 입은 게 후회되었다. 열심히 뜯기는 와중에 3편은 전시온실에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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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숲속으로.


천리포 수목원 방문기 4편은 시간 개념을
잊은
깊은 숲속에서 시작합니다.
벌레를 쫒아가며 꿋꿋이 앉아 쉬다가

다시 녹색 세상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잎은 영양공급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라나는 지표면을 덮어 생장점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조용하고 정적 이어서일까.
오랜 시간을 혼자 수목원에서 보내니
‘식물’을 본연의 뜻 그대로
'심어져 있는 동물'로 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자세로
박사님이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돌이나 청동보다 황동으로 만든 동상이
자연환경과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마주쳤을 때 덜 무섭기도 하고;)


강렬한 투 톤의 열매.


꽃이 많이 없는 시기이다 보니, 수목원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곤약 열매입니다.

곤약 뿌리의 전분을 묵처럼 만들어 먹어
우리에겐 친숙하지만, 천남성과의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잎과 열매에
독성이 있으니 눈으로만 보는게 좋아요.


호스타 파티.


'호스타'는 비비추 속의 영어 명칭입니다.
몇 주 전만 해도 꽃들에게 시선을 양보했던
잎들이 지금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대뜸 네 갈래 길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지도를 펼쳐볼 수밖에 없었어요.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대개는 이렇게 표지판이 잘 되어 있습니다.
만리포 해수욕장의 4분의 1 정도의 크기인
아담한 천리포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좀 더 북쪽으로 가면 천리포 해수욕장의
2분의 1 크기인 백리포 해수욕장도 있어요)


노을길.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맞닿아 있는
천리포 수목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닭섬 아니고 낭새섬.


섭섭하지 않게, 섬 하나도 보입니다.
천리포 수목원의 소유인 이 섬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걸어서 갈 수도 있어요.

닭의 벼슬처럼 생겨서 닭섬이라고 했었지만,
땅의 주인이신 민병갈 선생님이 닭을 싫어하셔서
낭새섬이라고 고쳐 부릅니다.
섬에 바다직박구리가 많이 보여서 바다 직박구리의
순 우리말인 '낭새'라고
정했다곤 하는데,
그저 닭만 아니면 어떤
동물의 이름이든
상관없으셨던 것 같아요.



갈래길.


저 멀리, 뭍닭섬 산책로가 보입니다.
닭섬과 달리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섬도 아닌데, 뭍닭섬이라고 불러요.

재즈 음악에 이끌려 좌측 길로 빠졌습니다.


홀리 카페.


천리포 수목원의 두 번째 카페가 나타났어요.
원래 5년 전엔 민병갈 기념관 1층에 있던
카페가 이 쪽으로 옮겨져 왔습니다.
전국에서 여기서만 팔 것 같은 호랑가시 잎차가
기억에 남아요. 찻잎들은 구매가 가능해요.
(뭐라도 사올걸 후회됩니다)


후박 나무.


카페 앞에는 큰 가지에서 작은 가지가
자라나는 것 같이 생긴 후박나무가 있습니다.
울릉도에 유명한 '호박엿'은 사실
이 '후박나무'의 달달한 진액을 이용해
만든 엿이며, '호박'과는 상관이 없어요.

천리포 수목원 사이트에서도 보유 식물들을
좀 더 알기 쉽고 재밌게 설명해줍니다.
http://chollipo.org/board/bbs/board.php?bo_table=clp_diary&menuKey=27

 

정원일기 1 페이지 | 천리포수목원

 

chollip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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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봤던 애리조나 측백나무.
관영대와 수련.


늦여름인데도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한자로 '그림자를 본다'라는 뜻의
'관영대'에서 멀리서나마 수련을 감상했어요.
닛사 나무가 연못에 비친 모습도 아름다워요.


'다음'을 준비하는 큰 연못.


직원분들이 죽은 연들을 살짝 걷어내며
자연의 과정에 힘을 실어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아는 '연못'의 '연'은 연꽃을 뜻해요.
연꽃이 없는 한 연못은 없으므로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연못이 아닙니다.


자체 검열.


벌레를 싫어하신다면 요맘때, 나무에서
내려오는 애벌레들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성장 단계로 가는 나방 애벌레들인데
전 다행히 잘 피해서 서로 제 갈 길 갔어요.


나무가 먼저다.


길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바닷길로 향했어요.


노을 쉼터.


탁 트인 휴식 공간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강한 바다 바람 때문인지 울타리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
팻말이 온전한 게 없었어요.


렛츠 스타트 더 멍.


수목원에 들어온 지 벌써 3시간이 지났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저는 여기서도
시간을 잊고 멍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 다음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5.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5.

시간 참 잘 갔다. 방해받지 않고 쌓아놨던 몇 가지 생각들을 꺼내놨다가 모두 치웠다를 반복했다. 수목원을 혼자 다니는 건 쓸쓸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혼자라서 쏠쏠했다. 관광지에서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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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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