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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늦여름의 천리포수목원. 5편

by 꽃담남 2021. 10. 22.


- 이전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4.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4.

4편은 시간개념을 잊은 깊은 숲속에서 시작한다. 몇 차례 벌레를 쫒으며 꿋꿋이 앉아 쉬다가 다시 녹색 세상으로 길을 나섰다. 잎은 영양공급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라나는 지표면을 덮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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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시간 참 잘 갔어요.
방해받지 않고 쌓아놨던 몇 가지 생각들을
꺼내놨다가 모두 치웠다를 반복했습니다.
수목원을 혼자 거닐어서 조금 쓸쓸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쏠쏠했습니다.
관광지에서 관람객 밀집도는 날씨만큼이나
관광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조건 같아요.

마지막 편인 5편은 닭섬, 아니,
낭새섬이 보이는 바다 뷰에서 시작합니다.


30분이 금방.


의자의 각도가 저랬어요.
일단 앉으면, 다리가 올라가고 등이
뒤로 젖혀져 자연스레 의자와 하나가 됩니다.
비 맞은 상사화들처럼 그렇게 전 편하게
누워있듯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억새류인 팜파스그래스, '선닝데일실버'종.


바다 반대편으로 걸어 들어오면
탁 트인 공간의 억새원이 반깁니다.

같은 시기에 보여 더 헷갈리는 벼과 식물,
억새와 갈대의 구분법을 한번 더 짚고 가자면,

첫째, 억새는 주로 육지나 산 중턱에 자랍니다.
물 근처에서도 물억새를 볼 수 있지만
갈대는 근처에 무조건 물이 있어야 자랍니다.

둘째, 일반적으로 억새의 색이 갈대보다 연해요.
억새는 은빛이 중간중간 보이며 끝부분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 보이지만,
갈대는 갈색빛의 짙음이 있고 무거워 보입니다.


흔히 핫도그라고 부르는 부들 열매.


'부들'이란 이름은 순우리말입니다.
화분을 날릴 때 바람에 부들부들 떨어서도,
핫도그를 만졌을 때 감촉이 부들부들해서도.
다 맞아요. 상상한 것들이 다 맞아요.

핫도그 모양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부들의 수꽃은 위쪽에 노랑빛으로,
암꽃은 아래쪽에 녹색빛으로 핍니다.
화분을 날리고 나면 수꽃 암꽃 모두
경화되어 핫도그 처럼 보여집니다.
영양소가 없어요. 먹는거 아닙니다.

시기가 더 지나면, 핫도그가 부서지면서
마치 곰팡이 핀 것 마냥 흰색 솜털들이
삐져나와요. 그 솜털에 씨앗을 실어
바람을 이용해 번식합니다.


깨알같던 호비튼?


아 - '반지의 제왕'드라마 빨리 보고 싶어요.
1년 남았다! 너무 기대됩니다! 갑자기.


아빠와 딸?


'귀엽네에' 하고 지나칠 수 있었는데,
5년 전 사진을 보고 조금 슬퍼졌어요.


출처 : brunch. @hitchwill


모자가 어울리던 우리 막내 어디 갔을까ㅠ
누군가가 깨먹었나봐요.. So sad..


두 개의 문. 당신의 선택은?


왼쪽 문이 뭔가 수목원의 정취가 느껴져요.
느낌 아니깐 굳이 밀고 나갔습니다.
나가면, 통유리 카페와 들어올 때 보았던
이쁜 건물,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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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은 역시 부엉이지.


'향기가 머무는 곳'에 들어가면, 정말
각종 향기와 함께 부엉이가 머물고 있어요.
부엉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과 부,
지혜를 상징합니다.


모든이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군.
직접 구매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사계절, 훌쩍거리는 '경이'가 떠올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 함께 사용해본 결과, 드라마틱하진
않아도 숨쉬기가 편안해짐을 느꼈어요)

Flower-Follower 블로그는 이와 같이
자연스러운 PPL을 추구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생각의 흐름대로 쓰는 방문기.


왔능가 닝겐.


출구 앞 카페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외로운지 배고픈지
계속 제게 말을 걸었어요. 지치네. 너란 아이.


수련이다!


시기를 놓친 바람에 수생식물도 많이 없었고,
있는 꽃들마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가까이서 제대로 못 담은 나에게는
출구에서 비로소 만나 반가웠어요.


빅토리아 수련.


빅토리아 수련은, 아마존 출신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입니다.
앞서 연못정원에서 뒤집어져 있는 상태를
본 적이 있는데, 동물의 피부 같았어요.
지름이 3미터까지도 자라나며 사람도
올라갈 수 있는 부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수목원 측의 허락이 있다 해도
무서워서 절대 못 올라갈 것 같아요)



보고 가서 참 다행이다.
또뵈유.


하절기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표 마감은 오후 5시까지입니다.
동절기엔 폐장시간만 1시간씩 앞당겨져요.
평균 관람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로
생각하시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날 다른 일정이 적어서 여유롭게
4시간 정도 보았지만, 다음에는 초여름 즈음에
방문해서 다른 옷을 입은 수목원도 보고 싶어요.
수목원 내부의 7개의 가든 하우스 중,
한 곳에서 1박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벌레가 많으니 벌레퇴치제는 꼭 챙겨오세요.


뭍닭섬 둘레길.


만리포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바다 방향으로
향한 나무 데크길을 발견할 수 있어요.
수목원 관람객분들에게 이제는 함께 들리는
코스처럼 되어버린 뭍닭섬 둘레길입니다.


내츄럴 본 그리드.


이걸 해안단구라고 불러야 하나
해식절벽이라고 불러야 하나 모르겠지만,
바다 쪽의 낭새섬보다, 육지 쪽이 멋있었어요.


군수님 저 화난거 아닙니다. 사실 맞습니다.


만리포쪽 둘레길에는 출렁다리가 있어요.
미리 검색도 했지만, 보강이 끝났을거라
속단하고 갔더니 역시. 아직이었나 봅니다.



이로써 오랜 로망이었던 천리포 수목원에,
늦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뚜벅이로 방문한,
길다면 길었던, 총 다섯편의 후기를 마칠게요.
세심하게 관리되는 다양한 종들을 시원한
바다와 함께 보고싶다면 꼭 추천드립니다.



- 처음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1.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1.

내가 천리포 수목원에 대해 알게 된 건 5년 전에 지인분을 통해서였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다양한 식물종을 꼭 한번 보고 오라며 추천해주셨었다. 당시의 나는, 방에 나만의 식물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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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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