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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늦여름의 천리포수목원. 3편

by 꽃담남 2021. 10. 5.


- 이전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2.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2.

'늦여름, 천리포 수목원 방문기 2'는 민병갈 기념관 뒤편, 포토존에서 시작한다. 이끼 선반에 올려진 조화는 다소 조악해도 수양 버들이 배경을 가득 채워 주는 곳이다. 전시온실로 가는 길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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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벌레는 다시 생각해주세요.


비가 온 뒤라서 벌레가 많았어요.
동시간대, 거의 유일했던 관람객이다 보니
수목원의 모기들이 모두 달려드는 느낌.
반바지를 입은 게 후회되었습니다.

벌레에게 열심히 뜯기는 와중에
3편은 전시온실에서 시작합니다.



동영상 캡쳐본 - 저화질.


전시온실 입구에는 보호 중인 식물들과
보호 관련, 등급 설명판이 있었습니다. 
'온실 속의 화초'란 관용표현이 떠올랐어요.

등급 표를 오른쪽부터 살펴보면,
'자료 부족'은 자료가 없는 열외 상태.
위기가 보이면, '관심대상'으로 지정되고,
'준위협-
취약-위기-위급'순으로 보호됩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고
야생으로 풀어놓을 경우 생존이 불가능한
종이라 판단될 시, '야생 절멸'로 구분돼요.
보호하던 개체마저도 명을 다하면, 더 이상
이 세상에는 없는,
'절멸'로 구분됩니다.

자연진화적으로는 한 종 당,
평균 500만 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 파괴로
인해 일부 종들이
그보다 빨리 비자연적으로 '절멸'되고 있어요.
인간이 식물을 전시온실로 떠미는 셈입니다.


그럼, 실례 좀.


식물을 전시온실로 떠민 인간이라는 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종을 살펴보러 들어가다 보니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들어가게 됩니다.
겉에서 본 것보단 규모가 아늑했어요.



쪽수(?)가 모자랐던 식충식물들.


식충식물을 이용해 벌레나 따돌려볼까.
앞서 반성을 유도하는 열변을 토해놓고
결국 나도 보호되는 종을 이용하려는
똑같은 인간임을 발견했어요.
(여행이란 것이 미처 몰랐던 스스로를
알아가는
참된 여정임에 동의합니다)

상상했던 만큼 식충식물의 효과는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식충식물이 벌레 한 마리
소화시키는 데에만
1주일에서 적어도 2~3일은 걸린다고 해요.
벌레를 떼려다 오히려 더 붙여서 나왔습니다.


소 혓바닥같은 아젤리아 동백나무 꽃.
울레미소나무와 아이들. 


'멸종위기'라고는 하지만 딱히 바깥에 있는
애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술, 수술 멀쩡하고 키도 크고, 광합성도
곧잘 해서 초록 초록한데, 대체 왜 보호되는지.

기후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는 토양과
수분, 해충 등 여타 다른 변화를 촉발해요.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도 온실 바깥만
나가면 하루도 못 버틴다고 합니다.


이곳까지 달려온 날 위해 준비한겐가.


전시온실을 나오니 멀리 배롱나무 아래
음식 등이 준비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응. 아니다.


'먹지도 못하는' 다양한 컨셉의 소품이
정성스레 배치되어 있었어요.
조개껍데기도 있는데,
먹고 버리고 간건가..


참으로 평화롭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전체 코스의 절반 정도를
보셨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잠시 테이블에 앉아서
탁 트인 주변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았어요.


한 달만 일찍 왔어도 배롱나무꽃이
그득 했을 거고 수국이 만발했지 않을까?

여기 와서 상상력만 잔뜩 늘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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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조심하세요.


수목원 중간중간에 뱀 출몰 표지판이 있어요.
연못 지나갈 때, 자꾸 첨벙 소리가 나서 물뱀의
존재가 의심되던 와중에 발아래 나무뿌리를
보고
구렁이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뱀은 안 봐서 다행이었지만, 벌은
수목원 출구까지 저와 함께 했어요.



오구오구. 힘내자구.


전시온실에서 지도의 좌측으로 넘어가는
길은 언덕이라 계단으로 가득 찼었지만,
계단 사이의 ‘오구나무’가 응원합니다.

나무의 동그란 잎이 끝이 삐죽하다 보니
까마귀의 부리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에요.


'오'


언덕을 오르니, 쨔잔.
두 번째 포토존을 발견했습니다.



기꺼이 몸을 맡겼다.


정성스러운 세팅에 잠시 놀아나기로 했어요.
왼쪽은 '어서 오세요!' 컨셉.
오른쪽은 '구해주세요?' 컨셉.
저보다는 괜찮은 추억 남기시길 바랍니다.


다시 숲속으로 향하는 데크길.
균사류.


천리포 수목원에는 이유 없이 있는
식물이 없어서일까.
자연적으로 생겼을 버섯일 텐데,
다른 두 종류가 나란히 있는 걸 보니
이것마저 왠지 심어놓은 것만 같아요.


비수기어도 푸른 백합나무(튤립나무).


'백합'도 '튤립'도 무릎 높이의 꽃을 피우는
작은 식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큰 나무로써 날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출처 : Daum Blog.


나무에 피는 꽃은 우리가 아는 튤립과
모양은 비슷해도 생물학적으로 달라요.
꽃의 종은 오히려 목련 쪽에 가깝습니다.


깊은 숲속에는.
괴물이 산다.
올해로 46살 되신 슈마드님.


시야에 가득한 초록색 속에서도 저 멀리
곧게 뻗은 웅장한 슈마드 참나무가 보입니다.
묘목이 아닌 씨앗인 시절, 미국에서 넘어왔어요.
미국이 낳았지만 한국이 키운 슈마드님.


카스피 주엽나무.


카스피해 연안 출신인 이 나무는,
낙타로부터 본인의 잎을 지키기 위해
낙타의 입이 닿는 높이의 잎들만
가시로 진화시켰습니다.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숲 한가운데에 쉬어갈 공간이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해안 쪽으로 넘어갈게요.


- 다음 글 :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4.

 

늦여름, 천리포수목원 방문기 4.

몇 차례 벌레를 쫒으며 꿋꿋이 앉아 쉬다가 다시 녹색 세상으로 길을 나섰다. 잎은 영양공급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라나는 지표면을 덮어 생장점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털과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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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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