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여
하늘에서 내린 국화 비로 뒤덮인 조계사.
2편은 대웅전 앞에서 시작합니다.
'열반'이란 단어가 흔히 '입적'이란
말과 함께 '죽음'과 관련되어 쓰이고 있어
이 전시물 앞에서는 잠시 엄숙해졌지만..
사실, '열반'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소멸을 뜻하는 것으로 죽음과는 먼,
지금 당장 구현해야 할 경지를 뜻합니다.
저는 이 시공간이 너무 좋았어요.
점심 빨리 먹고 나와서 남는 시간 동안
여기 가만히 앉아 안에 계신 삼존불상 중,
중앙에 계신 분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면
불자도 아니지만,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이런 게 소위, 열반에 이르는 것인지.
(대웅전은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를 도력과
법력으로 이 세상을 구할 '위대한 영웅'이라
칭한 데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오른편 위쪽은 지금은 잎이 좀 떨어진
회화나무가 연등을 달고 자리하고 있어요.
마치 아바타 홈트리처럼 사찰의 지붕이 되어
빌딩 숲으로부터 사찰을 분리시키고
알 수 없는 성스러움을 부여합니다.
이 날은 마침, *수륙재가 있어 매니 삐쁠!
*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헤매는 영혼과 아귀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의례 내지 불교의식입니다.
핑크 뮬리가 적절한 위치에서
공양의 몽환스러움을 더합니다.
핑크 뮬리는 억새와 갈대와 같은 벼과이며,
우리말로는 '분홍 쥐꼬리새'라고 불러요.
사진의 분홍 부분은 꽃이 맞습니다.
암술과 수술이 함께 들어있는 납작한
이삭 형태이며, 꽃말은 '고백'이에요.
풀로 덮인 십이지신들이 칼을 들고
근엄하게 십층 탑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 크기와 같아서 더 실감 나요.
십층 탑 뒤 향으로 공양하는 곳.
조용히 기다려 염원을 담아 하나 꽂은 후,
합장을 하고 있자니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무언가 바라는 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이렇게 고요해도 되는 것인지.
요즘 인센스 스틱에서도 인기 많은 향인
'나그참파 절'향을 맘껏 맡고 왔네요.
스스로 경지에 이르러 실현하는 것.
따스한 꽃이 되어 향을 나누는 것.
그런 의미에서 꽃은 불상과 잘 어울립니다.
시각적 심상에 촉각적 심상이 더해지고
향기로운 후각적 심상이 더한 심상 더하기.
방문객 분들이 줄까지 서 가며
사진을 찍으시던 포토존 입니다.
백곰은 얼굴이 덮이지 않아 기쁜 표정입니다.
호랑이는 완전히 국화, 그 자체가 되었네요.
원래도 잘 안 나는 새인 공작은,
이젠 영영 못 날 것 같아 보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꽃을 덮는 방식이 다른데
뭐든 제작이 어려워 보이는 건 똑같아 보여요.
정성입니다. 정말.
각 전시품 아래에는 작업자 명과 제목이
기재되어 있는데, 스님분들이 참여하신
작품도 꽤 많이 있었어요.
꽃꽂이의 발전 또한 불교에서 주도한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부엉이가 빠지면 파릐가 아니지~
부엉이는 불교에선 중생을 빛으로 이끄는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일한 곤충으로 나비도 있었습니다.
나비는 불교에서 윤회사상을 상징해요.
국화빵이 빠질 수 없습니다.
보고 너무 웃겨서 냉큼 구매했습니다.
국화가 들어있지 않은 국화빵은
4개에 1,000원. 현금만 받으세요.
바로 만들어주신 걸 팔아서 따뜻하고,
좋은 팥을 썼는지 적당히 달았어요.
전시물의 상태를 처음과 같이 유지하기 위해
입구 한쪽에서는 계속 국화를 절화해서 계속
시든 꽃을 교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들어가는 순간, 시야 안의 모든 공간이
꽃으로 채워져 있어 천계에 있는 느낌이 드는
조계사 국화향기 나눔전,
국화라는 꽃의 종류는 같지만, 조금씩 구성과
전시품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매년,
챙겨서 출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내년을 기약하며, 두 편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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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된 조계사. 1편
어느 가을날,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꽃 대신 형형색색의 국화 꽃이 내려왔어요. 하늘에서 내려온 다양한 색상의 국화들이 땅에 닿자마자 온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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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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